노화에 따른 기억력의 저하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문제로 병원에 나와 진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는 질문에 대한 답보다 옛날에 있었던 일들 젊어서의 일들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환자들이 있다. 보호자들도 대부분 환자가 젊어서 있었던 일들은 잘 기억하고 반복해서 말하는데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어제 누가 다녀갔는지 기억을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억에는 조금전 만난 사람의 이름이나 방금 눈여겨 본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아침에 먹었던 반찬이나 어제 다녀왔던 장소에 대해 기억하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의 일들, 결혼식 날 입었던 옷이나 음식, 젊어서 일하던 직장에서의 일들과 같은 오래전의 기억들까지 여러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기억력의 저하는 대개 오래전의 기억들보다 최근의 기억들이 영향을 받게 되어 아침에 있었던 일, 어제 다녀간 사람이 누구인지와 같은 최근의 일들을 기억하기 어려워진다. 젊어서 있었던 일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에 대한 것들은 꽤 잘 기억하고 있고 반복해서 자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억 즉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느끼고 하는 사물이나 사건 등의 정보의 저장은 우리의 뇌에서 이루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뇌세포가 망가지고 또한 뇌세포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이나 물질들이 부족해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게 되어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또한 이미 저장하고 있던 기억들도 회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은, 노화 이외에도 우울증, 치매, 중풍, 약물의 부작용, 알콜 중독 등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몇 달 혹은 몇 년 사이에 걸쳐 갑작스러운 변화를 보이거나 증세가 심해지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저하되는 사람일수록 달력을 이용하여 절기와 날자를 상기하고, 열쇠나 지갑 같은 중요한 물건은 항상 같은 장소에 보관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이름을 되풀이하여 외우고, 글을 읽거나 간단하더라도 샘하기를 계속하고, 마을회관이나 교회에서의 활동을 계속하고,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유지하는 일과 같은 두뇌활동과 일상활동이 지속될 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락형(우석대학교 부속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