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사회적 관심

아침 출근하여 진료실에 들어오니 책상에 공문이 하나 놓여 있는데, 전주시에서 장애아동의 조기치료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5월말까지 신청을 받고, 수급자 및 수급자기준의 150% 미만의 차상위계층의 아동에게까지 조기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장애아동의 치료와 관련해서 작은 부분이긴 반가운 소식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지체, 자폐증, 의사소통장애,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해나가는 것은 치료의 효과 면에서 중요하고, 또한 아이들이 성장하고 이후 살아갈 긴 시간들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흔히 발달장애 developmental disorder 라고 일컬어지는 이러한 아이들의 장애의 치료는 병원이나 개별 치료기관에서 신체적 발달과 관련된 재활 치료와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언어치료, 인지 학습과 관련된 치료교육, 사회적응 훈련, 그리고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으로 이루어진다. 의학의 영역에서는 신체적 문제에 대해 여러 치료 방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인지, 언어, 학습 등과 관련된 연구나 치료방법은 많지 않다.

한의학에서도 정신지체나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언어발달장애 등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연구와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침치료와 한약복용, 자기조절훈련 등을 통해 주의집중의 개선, 인지기능 및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진행된 몇가지 연구들을 소개하면 한약의 복용을 통해 정신지체 아동의 지능을 향상시켰다는 보고, 침치료를 통해 다운증후군 아동의 인지기능이 개선되고 뇌파연구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 침자극이 뇌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침과 한약을 통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동의 증상을 개선시킨다는 보고 등이다.

한의학 서적에는 五軟 오연, 五遲 오지 등의 병증으로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의 문제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정신과 육체가 둘이 아닌 하나로 보는 한의학의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장부기능의 발달이 정신기능의 발달에 중요하다는 개념 속에서 각 장부의 발달과 편차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장애아동의 치료가 대부분 특수교육과 재활심리 등의 영역에서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이루어져왔는데, 언어, 학습, 사회적응 등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문제의 하나는 인지기능의 저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침과 한약을 통한 장부기능의 조절과 뇌발달을 도모하는 치료방법은 새로운 접근이면서 본질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영화 '말아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을 비롯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식들도 변화되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여러 곳에 장애인 복지관이 세워지고, 시군에 장애전담어린이집이 세워지는 등 장애 아동 관련된 정책들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아동과 가족들이 가지는 어려움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크다고 보여진다. 장애아동의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새로운 치료방법들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또한 이번 전주시에서 시행하는 장애아동의 조기치료비 지원같은 복지정책이 더 많이 확대되어 우리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가지는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기대한다.

전북일보 2005년 05월 20일 / 김락형(우석대학교 부속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