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리면 한약을 먹이면 안된다’는 속설에 대하여

소아과를 진료하면서 어머니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아이가 이렇게 어린데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몇 살부터 한약을 먹여도 되나요?’입니다. 최근 어린이 전문 한의원들이 많이 생겨, 아이들이 성장장애, 식욕부진, 비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병으로 한의원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예전보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어머니들에게 있어 소아의 한약복용은 ‘나이가 어느 정도 자란 이후 보약’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면 한의학에서 소아에게 몇 세부터 한약 복용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답을 바로 말씀드리자면, 한의학에서 소아에게 한약을 처음 먹이는 나이는 0세, 정확히는 ‘태어난 직 후’입니다. ‘하태독법(下胎毒法:태독을 내리는 방법)’이라 하여,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태독(胎毒)을 제거하기 위하여 한약을 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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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독(胎毒)이란,‘신생아에게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키게 하는 선천적 병의 원인’으로, 태아 시기에 어머니가 음식 및 생활 섭생을 잘못하여 생긴 열독(熱毒)이 태아에게 전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역대 한의학문헌에서는 태독(胎毒)이 신생아의 구강질환, 피부염증, 신생아 황달, 태열(胎熱) 등을 일으킨다고 인식하였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한 방법이 바로 하태독법(下胎毒法)입니다. 하태독법은, 감초(甘草), 황련(黃蓮), 두시(豆豉)등의 한약재를 소량 달여 깨끗한 천에 묻혀서 소아로 하여금 빨아 먹게 하는 방법으로 시행하였으며, 이를 통해 태독(胎毒)을 제거하여 태독으로 생기는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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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다른 문헌에서 소아에게 한약을 사용한 내용을 좀 더 찾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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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中醫學)에서 최초의 소아과 치료사례(醫案)의 기록은 한대(漢代) ≪사기(史記)⋅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중에 기재되어있는데, 그 내용은 순우의(淳于意)가 ‘영아(嬰兒)’의 <기격병(氣隔病):숨이 차는 병>을 “하기탕(下氣湯)”으로 치료하였다고 기재되어있습니다. 또한 ≪삼국지(三國志)⋅화타전(華佗傳)≫에는 화타(華拕)가 “사물여완환(四物女宛丸)”으로 ‘2세 소아’의 <하리병(下利病:이질 등의 설사병)>을 치료한 것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급유방(及幼方)≫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아과 전문서로서, 조선시대 1749년(영조 25년)에 조정준(趙廷俊)이 저술한 서적입니다. 저자 자신이 50여 년 동안 소아과를 전문으로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저술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아의 진단 및 소아를 진맥하는 법(小兒脈法), 신생아의 질병(神生雜症), 소아의 경련성 질환, 마진(痲疹: 홍역)과 두드러기 질환, 모든 열성질환(熱性疾患), 감질(疳疾: 어린아이가 체하여 생기는 병), 소화기계 관련 질환-복통·곽란(藿亂)·구토·설사(泄瀉)·이질(痢疾)·복창(腹脹)-, 기생충 감염, 호흡기계 질환-해수(咳嗽)·천(喘)- 및 비뇨기계(泌尿器系)의 질환-요백탁(尿白濁)·유뇨(遺尿)･음종(陰腫)-등 각종 소아과 관련 질환 및 그에 따른 약물치료, 음식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치험례가 85가지가 수록되어 있어 현재까지도 실용적인 가치가 높은데, 이 치험례를 살펴보면 신생아, 영아, 유소아들의 질병에 다양한 처방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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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질병 예방 및 치료의 목적으로 나이의 적고 많음을 가리지 않고 한약을 복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의 ‘나이가 어리면 한약을 꺼리는 관습’ 및 ‘어리면 한약을 먹으면 안된다’ 라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사의 진단 후 적절하게 한약을 복용하는 것은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면역학적으로 취약해져 잔병치례가 많아지는 ‘첫돌’, 오장육부의 기틀이 일차적으로 완성되는 ‘7~8세 이전’의 시기에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평생의 건강을 마련하는 밑바탕이 되므로, 이 시기에 적절히 한약으로 도와줄 것을 권장합니다.